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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2조 달러. 2026년 3월 美 머니마켓펀드(MMF) 잔고가 사상 최고치를 찍자 헤드라인이 다시 한 줄로 모였다. '금리 내리면 이 돈이 증시로 쏟아진다.' 익숙한 그림이다. 그리고 거의 매번 틀렸다.
수치 자체는 사실이다. 미국투자회사협회(ICI) 주간 통계 기준 2026년 3월 4일 7.817조 달러, 4월 29일에도 7.63조 달러로 52주 누적 +7,910억 달러(+11.3%)다 (출처: ici.org). 문제는 이 숫자가 끌고 다니는 서사다. '대기 자금(sideline cash) — 증시 진입을 기다리는 현금' 이라는 그림이 다시 미디어를 돌고 있다.
이 그림이 그럴듯해 보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잔고는 보이고, 변화는 측정 가능하며, 인과는 직관적이다. 금리가 내려가면 단기 수익률이 떨어지니 MMF에서 빠져나와 더 높은 기대수익을 좇아 증시로 간다 — 마치 댐 수문이 열리듯이.
단 직관은 회계 앞에서 자주 진다. 그리고 데이터는 이미 두 차례 가설을 반증했다. 2024년 Fed가 100bp(1.0%포인트), 2025년 75bp(0.75%포인트)를 내렸음에도 MMF 순자산은 같은 기간 +15% 증가했다 (ICI 2026 Fact Book). 댐은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물이 더 차올랐다.
댐은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물이 더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