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커니즘 / 2
자율주행 경쟁은 네 개의 다른 게임이 동시에 진행되는 토너먼트다. 센서를 무엇으로 깔 것인가, 그 데이터를 처리할 칩을 누가 만드는가, 학습용 주행 데이터를 얼마나 쌓았는가, 그리고 규제 당국이 무엇을 허용하는가. 한국·테슬라·중국은 네 축에서 각기 다른 위치에 서 있다.
센서 축에서 테슬라는 카메라만 쓰는 비전 노선을, 화웨이 ADS 4.1은 라이다(LiDAR, 레이저 거리 측정) 896 라인 + 카메라 11대 조합을 택했다. 노선이 정반대다. 한국은 포티투닷이 카메라 8개·레이더 1개로 테슬라형을, 모셔널이 라이다형을 각각 끌고 가다 2026년 두 노선을 엔비디아 한 플랫폼 아래로 합치는 결단을 내렸다.
칩 축은 격차가 가장 선명하다. 테슬라는 HW4 자체 칩을, 화웨이·샤오펑·지커는 자체 SoC(System on Chip, 시스템 단일칩)를 굴린다. 현대차그룹은 1조원을 들여 만들던 자체 NPU를 4월에 접었다. 핵심 연산 자원을 외부에 의존하는 노선으로 돌아선 것이다.
데이터 축은 한국이 가장 빈약하다. 바이두 Apollo Go(중국 로보택시 서비스)는 2026년 2월 누적 자율주행 3억 km를 넘어섰고 주간 무인 운행 25만 회를 기록 중이다 (출처: cleantechnica.com, cnbc.com). Waymo의 4분기 2025 운행 340만 회는 전년 동기 대비 200% 증가다. 한국 측 누적 주행 데이터는 비교 가능한 자릿수에 들어가지 못한다.
규제 축이 한국의 가장 깊은 모순이다. 국토부 부분 자율주행 안전기준은 2023년 4월 이후 약 6년째 동결돼 있다 (출처: bloter.net). 그 결과 테슬라조차 한국에서는 미국산 수입 차량에만 FSD를 풀 수 있는 우회 구조가 만들어졌다. 보수적 기준이 산업 보호로 작동하지도, 안전 향상으로 이어지지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