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적 단서 / 1
스프래틀리 군도 한가운데. 두 나라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만나는 지점은 한 줌의 저조 지형뿐이다. 단 그 위에 더 큰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베트남은 동남부 해안에서 200해리(약 370km), 필리핀은 군도 기선에서 200해리. 두 EEZ 가 직접 만나는 자리는 스프래틀리 군도(남중국해 중부의 분쟁 도서군)의 일부 LTE 에 한정된다. 본도와 거리가 떨어진 LTE 자체는 EEZ 를 만들지 못하지만, 가까운 본도의 EEZ 안에는 들어올 수 있다.
2024년 11월 7일 발효된 필리핀 공화국법 12064호(해양수역법)는 군도 기선에서 200해리 안의 모든 LTE 를 필리핀 EEZ 의 일부로 못박았다. 그 안에 베트남이 청구해온 일부 지형이 들어왔다 (출처: lawphil.net).
핵심은 베트남의 반응이었다. 11월 21일 외교부 대변인 팜 투 항(Pham Thu Hang)은 파라셀·스프래틀리 주권을 재확인하면서도 LTE 의 법적 지위라는 진짜 쟁점은 정면으로 다루지 않았다. 즉 베트남이 입을 다문 채 외교적 마찰을 봉합한 셈이다.
왜 그랬을까. 진짜 위협이 양국 사이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두 나라의 EEZ 안쪽까지 뻗어 들어온 中의 9단선(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을 자국 관할로 주장하는 선) 청구가 양국이 공유하는 적이고, 그 적 앞에서 작은 경계 분쟁은 비용 대비 실익이 없다.
두 나라의 EEZ 위로 더 큰 한 겹의 청구가 덮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