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 / 1
프라이버시와 효율성을 동일한 가격표로 환산하려는 시도가 출발선부터 어긋난다. 두 가치는 단위가 다르다.
프라이버시는 자기결정권과 존엄, 정치적 자유의 전제다. 효율성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가치를 만든다는 도구적 미덕이다. 권리와 도구를 한 저울에 올리는 순간 비교 자체가 비대칭이 된다.
비대칭은 단지 개념의 문제만이 아니다. 효율 편익은 분기 실적과 KPI (핵심성과지표) 처럼 즉시 수치로 잡힌다. 반면 프라이버시 침해의 비용은 정보 비대칭, 차별의 누적, 자기검열로 시간차를 두고 분산된다. 가시성과 시점이 어긋나는 까닭에 의사결정은 구조적으로 효율 쪽으로 기운다.
이 기울기를 가시화한 사례가 EU 일반개인정보보호법 (GDPR) 의 누적 과징금이다. 2018년 시행 이후 2025년까지 약 80억 유로가 부과됐다. 처음에는 무시할 만한 처리 효율의 부산물처럼 보였던 것들이, 7년이 지나서야 회계 장부에 한 줄로 도착한 셈이다.
효율은 분기에 도착하고, 침해 비용은 7년 뒤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