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공급망 해부
AI 칩이 부족하다고 한다. 정확히는 GPU 다이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그 뒤의 두 단계 — 첨단 패키징과 고대역폭 메모리 — 가 동시에 막혀 있다.
AI 칩 공급망은 네 겹이다. 첫째는 팹리스 설계 (엔비디아·AMD·애플·퀄컴 등 칩 도면을 그리는 회사). 둘째는 파운드리 다이 생산 (TSMC 가 사실상 독점, 삼성이 추격). 셋째는 첨단 패키징 — 다이를 쌓고 잇는 공정으로, TSMC 의 CoWoS (Chip on Wafer on Substrate, 인터포저 위에 다이와 메모리를 같이 올리는 기술) 가 대표 격이다. 넷째는 HBM (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 — D램을 12단까지 수직으로 쌓아 만든 칩) 적층으로, SK하이닉스·삼성·마이크론 셋이 만든다.
병목은 늘 가장 약한 고리에서 터진다. 2023년에는 GPU 다이 자체가 모자랐다. 2024~2025년에는 CoWoS 가 막혔다. 2026년 현재는 CoWoS 와 TSMC 의 N2 (2나노 노드) 와 HBM4 가 동시에 매진이다. 단일 병목이 아니라 셋이 겹쳐 있다는 점이 이번 사이클의 특징이다.
사실은 이렇다. 다이는 점점 빨리 늘리지만, 패키징과 메모리가 같은 속도로 따라오지 못한다. 다이를 더 찍어내도 쌓을 곳이 없고, 곁에 붙일 메모리가 없다. 호황의 한가운데에서 출하가 막히는 이유다.
다이는 빨리 늘리지만, 패키징과 메모리가 같은 속도로 따라오지 못한다.